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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D.2 - 나의 직업 치과위생사, 그리고 직업병

by greyshots 2024. 7. 26.

DATE.

2024-07-25 / PM. 11:26 ~

 

STORY.

마지막 유니폼?

 

나는 8년차 치과위생사다.

내가 벌써 8년차라니!!!

직업마다 고유 직업병이 있겠지만 치과위생사의 직업병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손목 터널증후근인데

 

손목 터널증후근 = 수근관증후근

손목 앞쪽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지면 여기를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려서 정중신경 지배 영역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참고 : 네이버 지식백과]

 

포터블 엑스레이

 

3년차 쯤에 이동식 포터블 엑스레이를 사용하는 치과에서 6개월 정도 일했을 때 처음 오른쪽 손목에서 터널증후근의 증상을 느꼈다.

처음엔 손목이 삔듯한 뻐근함에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잡을때 찌릿, 시큰하던 증상으로 바뀌더니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아! 소리를 내며 물건을 놓아버릴 만큼의 통증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에 나오는 손목 스트레칭이나 보호대를 착용해도 별다른 차도가 없었고, 병원에 있는 턱관절 물리치료 기계로 손목관절에 자극을 줘서 풀어줘도 순간 뿐 별 차도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고정식 엑스레이를 사용하는 치과로 옮긴 후에야 증상이 서서히 사라졌는데 물론 DSLR 카메라를 자주 이용하는 시즌(주로 방학기간의 교정진료를 볼때)이 되면 시큰거림은 반복되곤 했다.

 

교정진료 전용 DSLR

 

그래도 교정 진료가 줄어들거나 한 달이상 쉬게되면 시큰거림이 줄어드니 치과 일을 관둔다거나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6년차 무렵 이직한 직장에서 일을 하며 새로운 직업병을 만났다.

바로 경추간판장애 + 신경통 + 근육긴장과 염좌.

6년 동안 치과 일을 하면서 자부했던게 근무중 자세였는데 아무래도 치과의사를 어시스트 하다보면 치과의사의 자세가 치과위생사에게 영향을 끼친다.

원장님의 자세가 좋지않으면 어시스트하는 나의 자세는 당연히 좋지 않을수 밖에 없다.

 

처음이었다.

왜 저 포지션에서 저런 자세로 환자를 보는거지???

체어의 높낮이와 각도를 조금만 바꾸면 저렇게까지 구부정하게 온 몸을 꺾어가며 진료보지 않아도 될텐데...

이해할 수 없는 포즈로, 각도로 진료를 보는 원장님이지만 감히 이 자세로 진료를 보는게 어떠냐고 제안할 수 없는게 우리 직업이지않을까?

물론 아주 용감한 직원은 할 수도 있겠지만 치과위생사가 가장 먼저 임상학을 펼치면 나오는 것이 체어인데 과연 치과 의사가 그걸 배우지 않아서, 몰라서 불편한 자세로 진료를 보는건 아닐테니까.

뭐든 제일 기본적인 것을 지적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가끔 회식이나 점심식사 자리에서 원장님의 구부정한 자세를 돌려 언급하긴 했으나 전혀 개선 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나와 우리 직원들은 구부정한 자세로 진료를 봐왔다.

 

치과 진료용 체어

 

1년 반이 다 되어서야 서서히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느꼈는데 하루종일 어깨가 뭉쳐있고, 목이 뻐근하고, 머리가 띵~ 한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자세를 바르게 바꿔보기 위해 필라테스도 끊어보고, 헬스장도 다녀봤지만 운동을 하고난 후 그 날 하루만 좀 괜찮아지는 듯한 느낌 뿐 진료를 보게되면 어김없이 어깨와 목 통증이 생기고 두통이 나타났다.

두통이 심한 날에는 멀미가 극에 달한 것 같은 어지러움까지 나타나고, 새벽에 목이 너무 불편해서 깨어 목마사지 +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잠드는 날이 늘었다.

그리고 급기야 자다가 한쪽 팔 상완부에서 하완부까지 신경통이 시작되어서 위기감을 느꼈고 정형외과를 찾았다.

정상 목 뼈 엑스레이 사진

 

엑스레이와 CT를 촬영한 결과 목 디스크 전단계 정도로 역C자 형태가 나타나는 경추간판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산재신청으로 마지막 치과근무 2년을 꽉 채우고 퇴사했다.

치과위생사가 목 디스크 연관한 질병은 산재신청 승인된 경우가 아주 극히 드물다고 모두 안될거라했다.

하지만 안되면 되게하라!

나는 해당 서류준비와 보험공단의 현장조사까지 신청한 결과 산재보험 승인이 났다.

현장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이미 당시에 나는 퇴사했기 때문에 모른다.

진료자세나 업무 스케줄을 공개해야했던 병원 원장님과 함께했던 직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나의 수영모와 스포츠타올

 

별 효과없는 필라테스는 진작에 때려쳤고, 지금은 열심히 수영장을 다니고있다.

온 몸에 힘을 풀고 물에 흐름을 맡기며 나의 체력을 늘리는 수영은 몸에 무리가 거의 없는 아주 좋은 운동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건강에 이상이 오니 자연스럽게 나는 다른 일을 찾게되었다.

1년 반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공식적으로 치과일을 쉬며 이것저것 새로운 일도 해보고 해볼만한 것도 찾아본 결과.

앞으로 나의 NEW JOB을 위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과물을 하나씩 업로드 해볼 생각이다.

부디 나태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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